30대 서울대 출신 원장이 지방의 산속 고시원으로 내려오게 된 썰.txt

안녕하세요 자기발전소 원장 병수쌤입니다.

 

오늘은 제가 경북 상주 시내에서도 30분은 넘게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에 위치한 저희 기숙학원을 운영하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썰풀고자 합니다.

 

작년 어떤 반수생의 학부모님께서 어쩌다 이렇게 외진 곳에 내려오시게 되었냐고 하시면서 그 사연을 궁금해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산속 고시원은 뭔가 나이가 좀 들고 은퇴할 나이에 차리면 공기도 좋고 괜찮을 것 같은데 아직 창창한 나이에 이런 시골에 있으면 답답하지 않냐면서요.

 

저 또한 서울에서 2시간 넘게 떨어진 거리에 걸어서 1시간 이내에는 편의점 하나 없는 시골에 내려오게 된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청운의 꿈을 품고 들어가게 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도전을 하면서 의미있는 경험들을 쌓았었고, 제 평생의 이상형을 만나 한강변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여의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신혼의 단 꿈을 깨기도 전에 지방에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집안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산속 고시원이 경영이 악화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두 분의 건강이 안좋아지셨습니다. 산속 고시원은 제가 5수 끝에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합격장소이자, 근 20여년 간 우리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뜻깊은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어머니의 건강이 먼저 안좋아지셨고, 원장을 채용해서 운영했지만 여러 이슈 끝에 경영이 악화되었으며 아버지께서도 건강이 안좋아지시자 고시원의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폐업의 위기 앞에 부모님께서는 어렵게 제게 고시원 운영을 부탁하셨고, 긴 고민 끝에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말부부를 하면서 고시원을 운영해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부모님 잘 만나서 복에 겨운 소리를 한다는 반응이 있을까봐 첨언하자면, 제가 내려갈 2023년 12월 당시 전체 호실의 70% 정도가 공실였고, 월 7~800만원 가량 적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영한지 20년 가까이 된 산속 고시원의 수리가 필요한 시설상태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사실 매우 암담한 상황이었습니다.

낡은 시설들...(사실 지금도 고칠 것이 꽤 많다)

 

내려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 어떻게 운영을 할 지 방향을 잡기 위해 공무원 기숙학원과 수능 기숙학원을 둘러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의대 증원 소식이 들려오면서 "산속 고시원 5수해서 서울대에 합격한 원장"이라는 타이틀을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학생들이 기준으로 삼는 기숙학원을 먼저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직접 방문하고 상담했던 기숙학원들


월 300만원 내외의 기숙학원들을 보면서 느낀 부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생각보다 방 자체의 퀄리티는 높지 않다(제일 좋은 곳이 2인 1실이며 3~6인실도 많다) 
  오히려 1인 1실의 우리 고시원이 더 나을 수 있다

2. 학생 한명에게 얼마나 많은 휴먼 터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 내가 더 잘해줄 수 있지 않을까(서울대 원장의 특별 과외지도)


3. 기숙학원이 역시 공부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 비용 문제로 통학 재수를 하는 학생들을 타겟으로 설정하고 좋은 면학 분위기를 만들자

 

 

1인 1실 / 서울대 원장의 플래너 관리 / 좋은 면학 분위기

 

저렴한 가격으로 3끼 식사와 숙박, 공부 장소를 제공하는 산속 고시원으로 그동안 운영해왔기에 낮은 가격으로 최대한 비용

을 줄이며 운영하려고 하셨던 부모님과는 달리 저는 수능반을 신설하여 1.5배 이상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일반반의 작은 방은 오히려 가격을 낮춰 공실을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수능반은 아침 기상관리 / 플래너 및 학습 관리(주 1회 이상) / 모의고사 관리 / 열품타 그룹 운영 과 함께 조교를 채용하여 학습 체크를 하는 등 조금씩 학습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발전소 학습관리 시스템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매 시간 학생 면담을 진행하면서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거의 만실로 운영하면서 내려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2년 동안 163명의 수능생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SKY와 메디컬, 인서울 상위 대학을 진학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3년차가 되는 올해 수능 전문 기숙학원으로 전환하는 밑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썰은 2년 동안 수능생을 관리하며 느꼈던 점과 남학생 전문 수능 기숙학원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를 다루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